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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것은 갈대만이 아니다
이성수(부평사회적경제마을센터)
봄을 알리는 벚꽃과 목련이 지고 있다. 텃밭에는 상추류의 야채와 고추모종이 자리를 차지한다. 진달래와 철쭉이 양지 담장을 물들인다. 완연한 봄이다. 봄을 시샘하는 봄비와 바람이 이른 꽃잎을 땅으로 내린다. 바람에 흔들리는 것은 갈대와 나무들만이 아니다.
415총선이 끝났다. 사전투표와 선거사무로 인한 동사무소가 사람들로 붐볐다. 하루 두 세 차례 코로나19 유증상 자가격리자 전화연락으로 통화량이 높다. 근황을 묻고, 격려 전화, 생활필수품을 정리해서 문 앞까지 전달한다. 약국의 마스크 판매를 지원한다. 병원의 의료진 만큼이나 공무원들의 행정업무가 늘었다. 다소 행사의 취소와 연기로 인한 공백이 코로나19 지원업무로 대치된다. 곧 생활속 거리두기를 넘어 일상생활 업무로 복귀하겠지.
강력한 사회적거리두기가 공공시설의 행사와 회의를 취소와 연기한다. 외식과 외출이 줄어들고, 인터넷쇼핑이 두 배가 늘었다. 아파트와 공동주택의 계단에 택배물품이 쌓이고, 새벽배송이 생활 속으로 쓱 들어 온다. 택배박스가 재활용분리가 되지 않고 거리에 쌓인다. 파지 줍는 어르신의 발길이 수레를 무겁게 한다. 어둠이 내리면 골목은 적막이 흐른다. 멀리서 골목을 비추는 가로등만 온기를 전한다. 동네 슈퍼와 반찬가게가 한산하다. 흔들리는 것은 봄 풍경만이 아니라 마을경제가 흔들린다. 가정이 덩달아 흔들린다.
# “제가 5년 동안 모은 저금통이에요. 요즘 마스크 때문에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힘든 이웃들을 위해 이 돈을 사용했으면 좋겠습니다.” 빨간 돼지저금통오가 한 장의 편지가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으로 지쳐가는 부평지역에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편지에는 “하루가 다르게 코로나 19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언론을 보면서 참으로 안타깝다는 생각과 함께 가슴이 아파옵니다.”라며, “주민들의 복지를 위해 매일 주민들을 상대하는 주민센터 분들에게 글로나마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기부할 ‘사랑의 면 마스크’를 만들고 있는 마을의 자생단체와 복지시설, 사회적기업과 마을기업인 사회적경제조직의 참여가 아름답다. 재료비도 회원들의 자금으로 자원봉사 활동이 더욱 빛을 발한다. 자원봉사센터의 자원봉사자, 공공기관의 작업장 대여, 주민자치위원과 통반장들이 지역의 구석구석을 누빈다. 마을의 숨결을 불어넣는다.
문화예술 단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된다. 제조업 기업들은 부품조달의 어려움 속에서 생산품을 저장할 수 있다. 교육서비스와 공연 서비스를 하는 문화예술 교육관련 사회적경제조직의 어려움이 안쓰럽다. 동영상 제작을 고려해 보지만 수입은 없다. 이들만 어렵겠나만은 축적되지 않는 기업의 대표자와 강사단과 공연예술가들의 어려움이 가슴에 와 닿는다.
생활속 거리두기로 전환한다. 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한 강력한 사회적거리두기 다소 완화된다. 구체적으로는 종교시설을 비롯한 4대 밀집시설의 운영중단을 권고한 행정명령이 해제되고, 필수자격시험과 채용시험 등도 방역지침 준수를 전제로 제한적으로 시행된다. 4대 밀집시설은 종교시설과 실내체육시설, 유흥업소, 학원으로 방역지침을 준수하는 가운데 운영할 수 있다. 공동이용시설 방문과 회의 참석할 때 방문자 기록을 남기는 것도 약간의 수고로움이 느껴진다. 아직 동네의 장사와 사회적경제조직의 어려움은 일상활동이 가능할 때를 기다려본다.